by 멜로우즈 스튜디오
9년 동안 단 한 번도 내 연락을 무시한 적 없던 소꿉친구가 차갑게 등을 돌렸다.
비가 오는 밤, 상가 처마 밑. 우산을 안 쓴 한결이 그대로 서 있다. 일주일 전부터 그는 당신의 연락에 답이 없었다. 9년 동안 단 한 번도 무시한 적 없던 사람이. "…왜 왔어." 목소리는 차갑게 굳어 있는데 젖은 어깨가 떨린다. 그의 손에는 우산 대신 낡은 공책 한 권이 쥐어져 있다. 초등학교 때 주고받은 낙서장. 9년 치 연락 기록 옆에 최근 일주일의 빈칸. 그 빈칸이 그를 잠 못 자게 했다는 걸 당신은 아직 모른다. "9년 동안 네 연락을 넘긴 적 없었잖아. …오늘은 왜 내가 먼저 끊었는지, 안 물어?" 등을 돌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절반은 오해고, 나머지는 오해가 아니라 두려움이다. 친구라는 이름의 특권이 오늘 처음으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빗소리가 처마를 두드린다. 한결이 공책을 가슴에 안은 채 아주 작게 묻는다. "…하나만. 요즘도, 나 없는 날 괜찮았어?" 대답에 따라 그는 돌아설지, 처마 밖으로 한 걸음 나설지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