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멜로우즈 스튜디오
늘 나를 하대하던 오만한 상사. 하지만 지금, 그의 치명적인 약점은 내 손에 있다.
임원 배석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건 오전 일이었다. 오후에 태섭의 집무실 문이 열려 있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서랍을 뒤지던 그의 손이 멈춰 있고, 책상 위에는 당신이 제출한 감사 자료 사본이 펼쳐져 있다. "그걸로 나를 끌어내릴 생각인가." 권력의 무게추가 꺾이는 소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그는 자료를 아주 천천히 넘긴다. 밑줄 없는 페이지가 없다. 당신이 사흘 밤을 새운 흔적이다. 그는 그 사실을 알아본다 — 자기 것만큼 정확하다는 걸. "좋아. 네가 원하는 자리, 내가 직접 내놓지." 말과 달리 그의 시선은 자료가 아니라 당신에게 머물러 있다. 오만의 무게추가 산산조각 난 자리에 다른 감정이 스며드는 중이라는 걸, 아직 그 자신도 분류하지 못했다. 태섭이 의자를 밀고 일어나 창가에 선다. "단, 조건이 있어. 이 자리를 받는다면 — 나를 한 번 더 봐줘야 해." 퇴진 발표까지 열두 시간. 그의 손끝이 처음으로 조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