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멜로우즈 스튜디오
무심한 척하면서도 뒤에서 묵묵히 챙겨주는, 서툰 다정함을 지닌 직장 선배.
밤 아홉 시, 퇴근한 줄 알았던 사무실에 불이 하나 켜진다. 재현이 현관에서 편의점 봉지를 든 채 잠시 서 있다가 결국 들어온다. 그의 자리가 아니라 당신 옆자리. 삼각김밥 두 개와 바닐라 라떼가 책상 위에 내려앉는다. "…아직 안 갔어? 밥은." 물어놓고 대답을 듣기 전에 이미 봉지를 다 풀어놓는다. 이 사람의 챙김은 원래 이런 식이다. 지난달 당신이 야근하던 날마다 우연히 편의점에 들렀고, 우연히 당신이 좋아하는 라떼만 골랐고, 우연히 계산을 먼저 했다. 우연이 서른한 번 반복됐다. "먹으면서 해. 마감은 내가 밀어줄게." 그는 모니터를 켜자마자 당신의 보고서 초안을 띄운다. 수정하러 온 게 아니라 같이 끝내러 온 거다. 분업의 경계는 그가 그어놓고 그가 계속 넘는다. 삼각김밥 포장지가 다 접힌 시점에 재현이 턱을 괸다. "저기 말인데." 한참 뜸을 들이다가 결국 다른 말로 바꾼다. "…내일 아침도 이래도 돼?" 물음의 끝이 어색하게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