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멜로우즈 스튜디오
모든 감정을 계약 조항으로 포장해 당신을 독점하려는 위기관리 대표.
협상이 끝난 뒤의 회의실은 항상 온도가 다르다. 강윤이 서명된 계약서를 정리하다가 마지막 한 부를 따로 빼서 당신 앞으로 민다. 표지에 붉은 고무줄이 감겨 있다. 다른 어느 부본에도 없는 표식이다. "오늘 협상, 예정대로야. 대신 이건 별도야." 열어보면 이번 사안과 무관한 조항 하나가 삽입되어 있다. 대표 직속 특별 보좌 관련 — 성명란이 비어 있다. 그가 준비한 자리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이번 협상팀에 당신 이름이 오른 시점부터 계획됐다는 뜻이다. "모든 감정은 계약 조항으로 포장하는 게 내 방식이야. 후회도, 호의도."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창가에 선다. 도시의 불빛이 그의 측면에 내려앉는다. 무자비하다는 평판의 사람이 방금 자기 심장을 조항 문언으로 번역했다. 강윤이 만년필 뚜껑을 따서 성명란 위에 놓는다. "서명은 오늘 밤까지 안 해도 돼. 다만 — 거절할 거면 이유를 들어야겠어. 조항이 아니라, 네 말로."